The New Center of Art: Middle East
중동의 아트 신이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으며 동시대 미술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2026년 아트 바젤 카타르의 성공적 오픈에 이어 프리즈 아부다비 론칭을 앞둔 지금, UAE 현대미술을 조명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근접한 세계〉의 작가이자 섹터 큐레이터로 참여한 모하메드 카짐과 크리스티아나 데 마르키를 만나 변화의 흐름을 짚어봤다. 이와 함께 중동 미술의 역동적 에너지를 대변하는, 지금 주목해야 할 주요 작가 7인을 소개한다.

국내 최대 규모로 아랍에미리트(UAE) 현대미술을 조명하는 〈근접한 세계〉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활동해온 3세대 작가 40여 명(팀)의 작품을 통해 중동의 현대적 정체성을 탐구하는 전시다. 모하메드 카짐과 크리스티아나 데 마르키는 이 전시의 참여 작가이자 섹션 2 ‘지형이 아닌, 거리를 기록하기’를 기획한 게스트 큐레이터다. 카짐은 도시의 급격한 성장 과정을 기록하며 현지 미술계의 변화를 이끌어온 UAE의 대표 작가이며, 마르키는 이주와 정체성, 공간의 권력 구조를 시각화하는 작가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중동 아트 신의 변천사를 현장에서 직접 겪어온 두 사람에게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한 중동 아트 신에 대해 물었다.
1990년대부터 걸프 지역은 급격한 도시화와 이주, 문화 기관의 확장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UAE는 1971년 수립 이후 계속 빠르게 발전해왔지만, 특히 1990년대는 도시가 수직과 수평으로 동시에 성장한 시기였습니다. 고층 빌딩이 급격히 늘었고, 사막과 바다를 향해 도시가 확장됐죠. 인구 역시 300만 명 수준에서 현재 약 1000만 명까지 증가했고, 200개가 넘는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됐어요. 저는 이런 급격한 변화를 작업을 통해 포착하려 했고,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작품 ‘Window 2003–2005’도 그 맥락에 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맞은편 타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흔적, 도시의 성장 과정에서 생기는 물리적 · 사회적 변화를 기록하며 도시와 계속 대화해왔습니다. 제 작업은 늘 도시와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요.
모하메드 카짐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중동, 특히 UAE 아트 신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먼저 ‘아랍 아트 신’과 ‘UAE 아트 신’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랍이라는 개념은 지리적으로 훨씬 넓고 각 지역의 특수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UAE 아트 신의 특징은 UAE 출신 작가들과 UAE를 기반으로 활동하지만 외부에서 온 작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에 있습니다. 이 두 집단의 상호작용이 매우 독특한 지형을 형성합니다. 이번 전시도 그 구조를 잘 보여줍니다. 빠른 도시화는 UAE에서 활동하는 거의 모든 작가에게 공통된 경험이기 때문에, 출신과 관계없이 많은 작가가 이 주제를 다룹니다. 동시에 젊은 세대의 작업을 보면 전통적 생활 방식과 도시적 삶 사이의 균형, 즉 변화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크리스티아나 데 마르키
다른 지역최근 글로벌 아트 페어와 메가 갤러리들이 중동에 집중하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이런 국제적 관심의 확장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또 현지 작가들에게 어떠한 변화나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과 구별되는 중동, 특히 UAE 아트 신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국제 큐레이터와 기관이 지역에 방문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저희 세대뿐 아니라 젊은 작가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많이 열렸어요. 모리 미술관 큐레이터 난조 후미오(Fumio Nanjo),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ADACH(Abu Dhabi Authority for Culture and Heritage) 플랫폼을 비롯해 다수의 중동 · 아랍 현대미술 전시를 국제적 맥락으로 큐레이팅한 프랑스 큐레이터 카트린 다비드(Catherine David),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 크리스틴 마셀(Christine Macel) 등 여러 인물과 싱가포르 비엔날레, 베니스 비엔날레 같은 국제 프로젝트를 통해 UAE 작가들이 소개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유연 학예사를 언급하고 싶어요. 그녀가 2010년에 기획한 〈Fold It One〉전은 UAE 단일 맥락이 아니라 걸프협력회의(GCC)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에서 이루어진 초기 국제 전시 중 하나였고, 걸프 지역 작가들을 보기 위해 처음으로 방문한 한국 큐레이터였습니다. 이런 연결은 지역 작가들이 세계 무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되었습니다.
모하메드 카짐
이런 변화를 이해하려면 2010년대 중반 이전 상황을 떠올릴 필요가 있어요. 당시에는 지금 같은 구조가 없었기 때문에 작가들이 직접 전시를 기획하고, 글을 쓰고, 차세대 작가들 교육까지 담당해야 했습니다. 의미 있는 전시를 만들기 위해 사실상 작가들이 큐레이터 역할을 겸해야 한 시기죠. 지금은 제도적 구조가 형성되면서 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고, 이런 변화가 지금의 국제적 관심과 맞물려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티아나 데 마르키
말씀해주신 것처럼 지금은 제도적 구조도 생기고 외부의 관심도 크게 늘었는데, 이런 변화가 전시의 성격이나 작가의 작업 환경, 혹은 지역 미술 신의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가장 큰 변화로 교육 구조와 시장 구조를 들 수 있어요. 초기 세대는 제도적 교육 시스템 없이 활동했죠. 모하메드 카짐 세대는 하산 샤리프 같은 선배 작가의 멘토링을 통해 성장했습니다. 이후 아트 아카데미와 대학 교육이 자리 잡으면서 다음 세대는 해외 유학과 기관 중심 구조 속에서 활동하게 되었고, 큐레이션이나 미술사, 전시 디자인처럼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었어요. 하지만 이런 변화와 함께 하산 샤리프와 ‘The Five’ 이후 세대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생겼습니다. 저는 이 세대차에 관심이 많아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관련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죠. 두 번째 변화는 시장입니다. 1980~1990년대에도 미술 활동은 활발했지만 구조적 시장은 거의 없었어요. 작가들은 판매나 커미션 없이 작업을 지속해야 했죠. 이런 흐름은 2007년 아트 두바이 이후 달라졌고, 갤러리와 제도가 생기면서 젊은 작가들은 국제 전시, 뮤지엄 컬렉션, 레지던시 등 이전보다 훨씬 많은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스튜디오 환경 역시 개인 작업 중심에서 교류가 활발한 구조로 바뀌었죠.
크리스티아나 데 마르키
초기 세대를 이끈 작가 그룹과 현재의 젊은 세대 작가들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느끼나요? 주제나 재료, 작업 방식 등에서 세대 간 변화가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분명히 하고 싶은 점은 ‘The Five’를 전통적 미술 세대로 이해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이들은 UAE뿐 아니라 걸프 지역에 개념미술을 도입한 선구적 그룹이고, 같은 시기에 전통 매체로 작업하던 작가들은 따로 있습니다. 질문으로 이어가면, 세대차는 특히 재료와 스케일에서 크게 나타납니다. 초기 세대는 접근 가능한 저렴한 재료로 작업해야 했고, 그 때문에 대부분 직접 제작했죠. 반면 지금의 젊은 작가들은 기관의 지원과 갤러리 시스템 안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더 큰 규모의 작업을 하거나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재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작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인프라도 생겼고, 계약과 예산 구조 역시 체계화되었어요. 과거에는 계약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개인의 예산 안에서 작업하다 보니 작품 보존에도 한계가 있었죠. 지금은 제작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주제 면에서는 반복되는 관심사가 있어요. 도시화, 소비주의, 전통과 현대의 관계 같은 주제는 초기 세대와 젊은 세대 모두 다룹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같은 주제를 바라보는 거리와 관점이에요. 어떤 작가는 직접 경험한 당사자의 위치에서 말하고, 어떤 작가는 한발 떨어진 관찰자의 시선에서 접근합니다. 저는 그것이 세대 간 차이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크리스티아나 데 마르키
주목하고 있는 젊은 작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직접 멘토링해온 작가가 많기 때문에,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웃음) 예를 들면 주마리(Jumairy), 모하메드 알 마즈루아이(Mohamed Al Mazrouei), 알라아 에드리스(Alaa Edris) 같은 작가가 있고, 이들은 전에도 여러 전시를 함께해온 작가입니다. 개인적으로 성장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만큼 자연스럽게 언급하게 되는 이름들입니다.
크리스티아나 데 마르키
마지막으로, UAE 현대미술의 미래에 대해 어떤 기대를 품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곧 개관 예정인 구겐하임 아부다비 같은 대형 뮤지엄과 새로운 기관이 매우 기대돼요. UAE 미술 신이 세계 무대에서 더욱 존재감을 드러내고 국제 미술계와 활발히 교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미 인프라는 많이 발전했지만, 작가들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 구조가 더 강화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크리스티아나 데 마르키
The Seven Visionaries
주마리, JUMAIRY
두바이 출생 UAE 아티스트 주마리는 사운드, 영상, 디지털 기술과 퍼포먼스를 활용해 관람객이 몰입하게 하는 감각적 세계를 구축한다. 그의 작업은 공간을 변형하는 일시적 흔적에 가까우며, 관람객을 현재의 시공간에서 상상의 영역으로 인도한다. 작가는 과학적 실험과 신비로운 의식을 결합한 퍼포먼스로 예술 세계를 확장하고, 아랍 일렉트로팝과 산업 음악의 불협화음을 섞은 독창적 음악 구조를 선보인다. 이러한 시도는 개인과 사회가 공유하는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내면의 심리적 질문을 탐구하는 통로가 된다. 그의 대표작 ‘아랍어로, 쉼표’는 팬톤 213번 염료로 물들인 진분홍빛 모래로 초현실적 사막 풍경을 연출한다. 강렬한 자홍색은 팝 아이콘이나 유방암 인식 개선 캠페인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황량하고 종말론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모래 위를 이동하는 관람객에 의해 전자음의 비명과 으르렁거리는 오류 사운드가 발생한다. 공간에 축적되는 이 불협화음은 디지털 정보에 압도당한 현대인의 과자극 상태를 경험하게 한다. 이처럼 주마리는 감각의 과부하를 통해 현대인의 심리적 영토를 정교하게 묘사한다. 전통적 중동 예술의 틀을 깨고 인간의 보편적 정신세계를 디지털 감성으로 풀어내는 그의 행보는 현지뿐만 아니라 국제 미술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산 하자즈, HASSAN HAJJAJ
모로코와 영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하산 하자즈는 사진을 기반으로 북아프리카의 시각 문화와 런던의 다문화적 경험을 결합한 독자적 미학을 구축해왔다. 그의 작품은 강렬한 색채와 반복되는 패턴, 개성 있는 포즈를 취한 모델, 그리고 상품 오브제로 구성된 독특한 프레임이 특징이다. 프레임에 사용된 음료 캔, 식료품 포장, 성냥갑 등의 물건은 모로코 전통 모자이크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소로 소비문화와 지역적 정체성이 만나는 지점을 시각화한다. 1970~1980년대 런던에서 경험한 거리 음악과 패션, 클럽 문화의 영향은 그의 작업 전반에 깊이 스며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당당하고 연극적인 태도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자기 자신을 연출하는 주체로 등장한다. 사진과 설치, 패션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여러 문화가 뒤섞여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유쾌하고 감각적인 리듬으로 풀어내는 하자즈의 작업은 지역적 특색과 세계적 흐름이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오늘날 도시 문화의 복합적 매력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나아가 그는 고급 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허물며 관람객에게 시각적 즐거움과 함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선사한다.
아크람 자타리, AKRAM ZAATARIAJ
레바논 출신 작가 아크람 자타리는 레바논과 중동의 전쟁 및 현대사를 주제로 사진, 영상, 설치를 통해 아랍 세계의 역사와 기억을 수집하고 재구성한다. 그는 레바논 아랍 이미지 재단(AIF)의 공동 설립자로 수만 장의 사진 아카이브를 발굴하고, 이를 예술적 맥락에서 재조명하며 기록물의 권위와 허구성을 동시에 탐구해왔다.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진이 찍힌 당시의 사회적 배경과 인물 간 관계를 추적해 공식 역사에서 소외된 개인의 서사를 복원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특징. 특히 중동의 분쟁과 일상적 삶이 교차하는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이미지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마모되거나 변형되는 과정조차 역사의 일부로 수용한다. 그의 영상과 사진 설치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정체성과 기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며 다큐멘터리적 요소와 예술적 허구를 넘나드는 독창적 서사 방식을 취한다. 자타리는 이러한 고고학적 접근을 통해 중동의 근현대사를 새롭게 읽어내며 베니스 비엔날레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중동 현대미술의 지적 깊이를 증명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기술의 변화에 따라 이미지가 소비되는 방식의 변화를 성찰하며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기록의 물리적 가치와 그 영속성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마날 알도와얀, MANAL ALDOWAYAN
사우디아라비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마날 알도와얀은 여성의 삶과 목소리, 사회적 규범과 개인의 정체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해온 작가다. 사회에서 여성들이 경험해온 침묵과 제약 그리고 그 안에서 형성된 감정을 시각적으로 가시화하는 데서 작업은 시작된다. 특히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Shifting Sands: A Battle Song’은 사막의 자연음과 집단적 소리를 결합해 외부의 시선에 의해 고정되어온 여성의 이미지를 내면의 목소리로 되돌려놓는다. 사막의 척박한 환경에서 형성되는 ‘데저트 로즈’라는 광물 결정의 형상에서 출발한 대형 실크 조각이 공간을 가로지르며 펼쳐지고, 그 표면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을 둘러싼 언론의 문장과 워크숍에 참여한 여성들이 남긴 글과 흔적이 겹겹이 인쇄된다. 모래언덕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낮은 울림을 베이스로, 그 위에 여성들의 허밍을 더해 여성의 연대와 자기 발화로 전환된다. 설치와 퍼포먼스의 요소를 넘나들며 구축한 이 서사는 개인과 공동체, 전통과 변화 사이의 긴장을 포착하고 지역적 맥락에 깊이 뿌리내린 이야기를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공명하는 젠더와 권리의 문제로 확장한다.
타렉 아투이, TAREK ATOUI
레바논 출신 타렉 아투이는 작가이자 작곡가로서 음악과 소리, 그리고 그것을 경험하는 방식을 폭넓게 탐구해왔다. 음악 역사와 사운드 제작에 대한 지속적 연구를 바탕으로 그는 소리를 단순한 청각적 결과물이 아니라 공간과 신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경험으로 재정의한다. 그의 작업은 퍼포먼스와 설치, 직접 제작한 악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소리에 대한 인식의 범위를 시각과 촉각까지 확장하는 다감각적 접근 방식이 특징이다. 작가는 유리, 물, 도자기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악기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이 악기들은 조각 오브제로 존재하는 동시에 모터의 미세한 움직임이나 연주자와 관객의 접촉 같은 신체적 행위를 통해 소리를 발생시킨다. 그는 여기에 여러 지역에서 채집한 환경음과 컴퓨터로 생성한 전자음을 결합해 전시장 전체를 감싸는 몰입형 사운드 설치와 퍼포먼스를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관람객은 소리를 감상하는 위치에 머무르기보다 공간 안에서 소리가 생성되고 변화하는 순간에 직접 참여하는 존재가 된다. 이러한 실험적 태도는 최근 현대자동차와 영국 테이트 모던이 함께하는 대규모 전시 프로젝트 ‘현대 커미션 2026’ 전시 작가 선정으로 이어지며, 그의 작품 세계가 내포한 동시대적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가다 아메르, GHADA AMER
회화와 자수, 조각, 설치 작업에 이르기까지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여성’과 그를 둘러싼 세계를 집요하게 탐구해온 가다 아메르. 그는 오랫동안 여성의 노동으로 치부해온 바느질과 자수를 회화의 표면으로 끌어올려 수공예적 행위를 하나의 강력한 시각언어로 전환했다. 실로 그린 선과 반복적으로 중첩된 형상은 대중적 이미지에서 차용한 여성의 신체를 가리는 동시에 노출시키며 욕망과 분노, 사랑이 교차하는 복합적 감정을 드러낸다. 이러한 방식은 이미지를 소비해온 관습적 시선을 끊임없이 흔들며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억압, 문화적 기억이 맞물린 지점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회화적 제스처와 노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그의 작품은 제작 과정 자체를 전면에 드러내면서 제도와 개인 서사의 관계를 다시 묻게 한다. 불합리한 구조를 외면하지 않는 차분하고 단단한 시선을 통해 작가는 예술이 얼마나 감각적인 질문의 장이 될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증명한다.
사마 알샤이비, SAMA ALSHAIBI
팔레스타인계 이라크인으로 두 곳의 고향에서 추방된 경험이 있는 작가는 정치적 난민으로서 여러 국가를 오가며 성장기를 보냈다. 이렇듯 반복된 이동은 그의 작업 전반에 걸쳐 망명과 초국가적 이주, 국경의 해체라는 언어를 형성했다. 그는 이미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현실에 주목하는 동시에 앞으로 도래할 강제 이주의 가능성을 환기하며 사회적 · 정치적 격변에 대한 상상적 서사를 중심으로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사막과 폐허처럼 국가의 경계가 무력화된 장소에서 촬영한 이미지들은 현실과 비현실, 현재와 미래가 뒤섞인 장면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공간은 특정한 지리나 사건을 가리키기보다 이동과 상실이 반복되는 상태 자체를 상징하는 무대로 기능하며 개인의 서사를 집단적 기억으로 확장한다. 그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은 수동적 이미지로 고정되지 않고 시선을 되돌려주며 질문을 던지는 주체로 자리한다. 이는 서구의 시각 문화가 만들어온 중동 여성의 고정된 이미지를 되묻고 해체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