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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를 수집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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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에서 시작된 30년에 걸친 수집이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새로운 장면으로 펼쳐진다. 한국 1세대 빈티지 컬렉터 사보가 수많은 빈티지 피스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

1970년대 프랑스 알리베르사의 미러, 사보(임상봉)의 회화 ‘바람’(1995), 1960년대 헤닝 키에르눌프가 디자인한 사이드보드, 다양한 오브제가 한데 모여 있는 아틀리에.

한국 1세대 빈티지 컬렉터 사보는 말한다. 우리의 공간은 지금보다 훨씬 다채로워질 수 있다고. 거실과 방은 물론 침실과 화장실, 심지어 늘 스치듯 오가는 현관까지 말이다. 오는 4월과 10월,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두 차례 사보의 컬렉션 전시가 열린다. 주제는 ‘현관’으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구와 오브제, 조명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풍경이 나타난다. 한국에서 바우하우스라는 개념이 아직 먼 나라 이야기고 빈티지는 곧 골동품을 의미하던 시절, 1990년대 초 독일로 미술 유학을 떠난 사보는 바우하우스와 운명적으로 조우하며 빈티지 수집에 빠져들었다. 어린 시절 서울 원남동 한옥에서 지내며 오래된 것이 품은 가치를 알아보는 눈을 자연스럽게 키운 덕분일까. 디자인과 무관했던 한국 청년이 독일 빈티지에 그토록 깊이 빠져든 건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는지 모른다. 이후 도서관을 드나들며 디자인을 공부하고, 벼룩시장을 뒤지며, 길가에 버려지다시피 한 빈티지들을 건져 올리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가 모은 것은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분위기와 시간의 결이었다. 그렇게 독일과 한국에 창고를 몇 개나 둘 정도로 불어난 소장품과 함께 2000년대 초부터 한국에서 컬렉션 전시를 이어갔다. 사보에게 전시는 소장품을 보여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누군가의 공간, 나아가 삶을 바꾸는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많이 보고 충분히 느껴야 해요. 그래야 시간이 지나도 자연스럽게 내 공간에 그 경험이 스며들죠. 유행을 좇기보다 ‘진짜 멋’이 무엇인지 몸으로 익히는 과정이 필요해요.” 디지털 이미지가 많은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 사보가 노블레스 컬렉션에 만들어낼 장면은 어떤 감각을 선사할까? 사보의 새로운 전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1960년대 조 콜롬보의 엘다 체어에 앉아 있는 컬렉터 사보.
1960년대 사이드보드 위로 바겐펠트의 화병, 1970년대 도시 랜드마크 미니어처, 1960년대 독일 기차역에 있던 벽시계가 걸린 아틀리에 한편.
나무조각을 도금해 완성한 1890년대 천사 오브제로 벽을 장식했다.
1960년대 독일 키친웨어가 모여 있는 아틀리에 주방. 1960년대 네덜란드 조명 브랜드 게포 암스테르담 플로어 스탠드를 두었다.
  • 에디터 윤정훈
  • 사진 곽기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