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가 머무는 자리
따스한 봄바람처럼 보기만 해도 기분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작품을 소개한다.

Photo by Kristien Daem,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 Kasper Bosmans
캐스퍼 보스만스
Kasper Bosmans
벨기에 브뤼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캐스퍼 보스만스는 손으로 브론즈에 파티나를 입히는 독자적 기법을 통해 지난 10여 년간 신체의 움직임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브론즈의 물성을 탐구해왔다. 글래드스톤에서 3월 14일까지 이어지는 전시 에서는 이러한 브론즈 작업과 함께 회화를 선보이며 하나로 규정되길 거부하는 정체성을 ‘콩’이라는 반복적 모티브로 풀어낸다. 브라질 작가 호세 레오닐손의 회화에서 출발한 이 모티브는 희망과 성장, 재생을 상징하는 은유로 확장된다. 전시 작품은 정체성을 단일한 정의가 아닌 기억과 관계가 켜켜이 쌓인 다층적 경험으로 제시하며, 퀴어 가족과 개인적 유대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를 보다 보편적 서사로 연결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목적에 열려 있는 탐구이자 자신의 미술사적 위치를 가늠해보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패트릭 H. 존스
Patrick H. Jones
작가는 감정이 과잉된 상태, 이른바 ’Crowded Emotion’을 출발점으로 개인과 집단의 경계가 어떻게 흐려지는지를 회화로 탐색한다. 화면 속 장면은 감정이 개인의 반응인지, 집단의 분위기인지 쉽게 구분되지 않게 해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이 어떤 감정에 반응하는지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한다. 그는 특히 동시대 사회의 소통 방식과 군중심리에 주목해 온라인 공간에서 드러나는 과도한 자신감과 공격성 혹은 차 안이라는 보호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로드 레이지 구조를 회화 속 ‘창’ 이미지로 은유적으로 풀어낸다. 그의 회화는 예리한 관찰과 자기 성찰을 담고 있지만, 옳고 그름을 단정하는 결론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작품 제목 역시 해석을 고정하기보다 하나의 실마리로 기능하며, 관람객 각자의 기억과 감정이 감상 과정에 스며들도록 여지를 남긴다. 그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 는 두아르트 스퀘이라에서 3월 14일까지 열린다.

Photo ©Sangtae Ki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KM Gallery, Fondation d’entreprise Hermes.
백현진
미술가이자 음악가, 연기자로 활동해온 백현진의 개인전이 최근 PKM갤러리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그가 나고 자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평면 회화에서는 서울에서 체감한 감정이 색채로 겹쳐지며 도시의 특정 장소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으로 읽히기도 한다. 비우는 듯 채워가는 그의 담백한 조형 언어 역시 인상적이다. 평생 서울에 터전을 두고 전시장과 무대, 스크린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는 수십 년간 변화해온 도시의 시간과 함께 자신도 달라졌음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이 도시에서 살아가며 보고 느낀 감각을 몇 해 전부터 흔적으로 남기기 시작한 이유다. 전시에 소개된 작업은 그가 2025년에 발표한 정규 앨범 <서울식>과도 맞닿아 있는데, 앨범이 서울을 들리는 방식으로 기록했다면 회화 작품은 그 도시를 보이는 흔적으로 옮겨놓은 기록에 가깝다. 그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3월 21일까지 열리는 전시를 방문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