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벌린' 백의 등장 | Nobl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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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벌린’ 백의 등장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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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품고 세대를 거쳐 새롭게 해석된 ‘오픈 백’ 디테일에 대하여,

CHANEL

샤넬의 2026 S/S 컬렉션은 ‘대화(Dialogue)’라는 키워드로 아티스틱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가 가브리엘 샤넬과 나누는 상상 속 대화를 통해 하우스의 세계를 새롭게 풀어냈다. 이번 시즌은 샤넬 고유의 코드를 간직하면서도 몸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순응하는 유연한 형태로 완성됐다.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편안함 속 우아함을 표현하기 위해 아이템 전반에는 오래도록 손에 익은 듯한 분위기를 더했다. 특히 다양한 세대의 여성을 포용하는 시선으로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듯 뒤틀리고 구겨진 실루엣의 ‘2.55’ 백이 핵심이다. 입구가 벌어지도록 와이어로 구조를 보강하고, 그 사이로 보이는 버건디 안감의 컬러 대비로 포인트를 주어 재정비된 클래식의 미학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DIO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은 디올의 아카이브를 동시대적으로 다시 읽으며 하우스의 유산에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었다. 크리스챤 디올이 1952년에 선보인 가운의 간결한 라인에서 영감받은 ‘디올 시갈’ 백은 하우스 특유의 정교하고 타임리스한 감각을 담아낸다. 싱글 톱 핸들이 만들어내는 비대칭 실루엣으로 입구가 자연스럽게 기울어지며 완전히 닫히지 않은 듯한 개방감을 연출한다. 전면을 접어 고정한 듯한 입체적 구조와 보 디테일, 핸들 안쪽의 로고가 어우러져 단정한 형태에 위트를 더한다. 디올 시갈 백은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복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나단 앤더슨이 제안하는 새로운 하우스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번 시즌 주목해야 할 새로운 아이코닉 백이 탄생한 순간이다.

FENDI

펜디의 피카부 이너 뷰티 백 컬렉션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어린아이들의 피카부 놀이에서 착안한 백은 미니멀한 외관과 내부에 숨겨진 화려한 텍스처, 컬러 대비로 듀얼리즘의 매력을 강조한다. 턴락을 여는 순간 나타나는 시그너처 스마일 실루엣은 예상치 못한 디테일과 피카부만의 이너 뷰티를 구현하는 장치다. 파예트, 비즈, 스터드, 크리스털 등으로 장식한 내부는 펜디 특유의 유머, 위트와 함께 대담한 여성성, 타임리스한 우아함, 그리고 하우스의 장인정신을 보여준다. 특히 차분한 도브 그레이 컬러 ‘피카부 아이 씨 유’ 미디엄 백은 55시간 수작업으로 완성한 아콰마린 블루 시퀸 내부 장식으로 극적인 반전을 선사한다.

LOEWE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듀오 잭 맥콜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스는 하우스의 이야기가 깃든 아마조나 백을 재해석해 시작과 연속성을 상징하는 ‘아마조나 180’ 백을 선보였다. 창립 180주년을 기념한 이 백은 하우스의 근간을 기리는 동시에 지난 50여 년간 이어져온 가죽공예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새롭게 개발한 소프트 카프스킨은 실크처럼 부드러운 촉감으로 여유로운 형태를 구현하고, 오픈한 상태로 들 수 있는 구조는 안쪽에 새긴 새로운 로고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 정교한 가죽 바인딩과 내부의 플랫 포켓 등은 실용성을 더하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자석 잠금장치는 메인 수납공간을 안정적으로 보호한다. 완벽함이 아닌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로에베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 에디터 김소정
  • 사진 박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