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울림
물질의 경계를 허물고 무형의 울림을 실체화하는 동시대 사운드 아트의 궤적을 좇는다.

사이언스
Psients
과학자에서 예술가로 전향한 사이언스는 생물학적 시스템과 사운드 메커니즘의 교차점에서 ‘살아 있는 악기’를 빚어낸다. 신경과학을 전공하고 차세대 의약품인 전자약을 연구하던 그의 배경은 생명공학과 사운드 디자인, 라이브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독창적 작업 세계로 이어진다. 조작된 생명 시스템과 인간의 관계를 사유하는 작가는 탈인간 중심주의의 포스트휴머니즘 맥락에서 인간뿐 아니라 여러 주체의 상호작용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다중 주체적 지성을 탐구한다. 그의 작품 ‘Consonance’는 기술과 자연이 서열 없이 얽히는 공존의 풍경을 제안한다. 작품의 핵심인 생분해성 바이닐 레코드판은 시간이 흐르면서 박테리아에 의해 서서히 분해되는데, 작가는 이 과정을 실패가 아닌 비인간 존재와의 협업으로 정의한다. 분해되는 레코드가 만들어내는 선율과 그 틈을 통과한 빛이 생성하는 소리는 자연의 리듬과 기술 논리가 균형을 찾아가는 미묘한 지점을 포착한다. 우리가 어떠한 주체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는 그의 작업은 대립을 넘어서는 깊은 공존의 방향을 제안한다.


이해동
Haedong Lee
금속과 나무, 그리고 인류가 남긴 문명의 부산물을 통해 사물에 깃든 시간을 소리로 드러내는 초학제 예술가, 이해동. 작가는 사물이 지닌 고유의 소리를 수집하고 그 근원을 탐구하며 사운드 오브제를 비롯한 입체 작품을 통해 독자적 ‘사운드 생태계(sound ecosystem)’를 구성해왔다. 리추얼과 세리머니의 개념을 동시대적 맥락 속 사운드 퍼포먼스로 재해석하는 작업에 집중하며, ‘Ecology of Death and Annihilation: A Ceremony for Things that Wither’ 작품에서는 다양한 제의적 요소를 하나의 사운드 의식으로 엮어낸다. 서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샤머니즘과 민간신앙, 노동요 같은 사운드 컬처를 체득해온 그는 소리가 단순한 청각적 자극을 넘어 특정 공간과 신체, 그리고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역할하고 기능하는지 주목한다. 특히 가축의 족쇄인 카우벨에서 착안한 대표작 ‘The Sound of Restriction’(2021~) 시리즈는 소리가 지닌 ‘구속과 통제’의 속성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작가가 직조한 이 기묘한 생태계는 인류의 위기를 방관하는 우리에게 보내는 예술적 경고이자 물체와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원초적 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