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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아트 신의 현재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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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미술 시장에서 중동의 확장은 더 이상 가능성의 단계가 아닌 현실로 작동하는 변화로 자리 잡았다.

다가오는 11월 프리즈가 아부다비에 상륙한다. © Department of culture tourism, Abu Dabi

걸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동 미술 시장이 전례 없는 속도로 팽창하며 글로벌 아트 신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올해 첫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아트 바젤 카타르, 11월 출범을 앞둔 프리즈 아부다비, 2026년 개관을 앞둔 구겐하임 아부다비, 그리고 2024년 말 사우디 법인 등록을 마치고 2025년 2월 디리야에서 첫 경매를 개최한 소더비까지. 이러한 흐름은 중동이 국제 미술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2월 5일부터 7일까지 도하 M7에서 열린 첫 아트 바젤 카타르는 글로벌 미술계가 중동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놓은 결정적 이벤트로 평가된다. 87개 국제 갤러리와 84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페어는 이집트 출신 작가이자 예술감독을 맡은 와엘 샤키(Wael Shawky)의 지휘 아래 ‘Becoming’을 주제로 구성했으며, 전통적 부스 중심 구조를 벗어나 작가 단독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평론가들은 이를 기존 아트 바젤 모델과 뚜렷이 구별되는 독자적 형식 실험으로 평가했다. 또한 이러한 시도는 향후 중동 페어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읽힌다. 오는 11월 첫선을 보일 프리즈 아부다비는 이러한 흐름에 또 한 번 동력을 더할 전망이다. 런던·뉴욕·LA·서울로 이어지는 프리즈 네트워크가 아부다비로 확장되면서 이 도시는 국제 미술계의 순환 구조 안에서 연중 문화·예술 이벤트가 집약되는 플랫폼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의 루브르 아부다비와 올해 개관을 앞둔 구겐하임 아부다비 등 국제급 기관 인프라가 결합해 걸프 지역 전반의 미술 생태계를 구조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아트 바젤 카타르의 밤. Courtesy of Art Basel
리아 루마 갤러리에서 선보인 시린 네샤트의 작품. Courtesy of Art Basel
야니스 쿠넬리스의 작품이 소개된 카르디 갤러리 부스. Courtesy of Art Basel
수마이야 밸리가 설치한 모듈형 포럼. Courtesy of Art Basel

사우디아라비아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사우디 정부는 2024년 말 소더비 사우디 법인 등록을 승인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2025년 2월 디리야에서 첫 공식 경매를 열었다. 이는 사우디가 미술 시장의 1차·2차 거래 시스템을 제도화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상징한다. 더불어 공공 미술 프로젝트, 신생 갤러리 증가, 국제 레지던시 확장 등 다양한 문화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면서 사우디는 중동 문화 산업의 또 다른 중추로 떠오르고 있다.
중동 미술 시장의 확장은 미술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역 전반에서 디자인, 건축,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문화 전략이 가속화되며 세계 최대 디자인 페어인 살로네 데 모빌레와의 연결 지점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걸프 지역의 대규모 도시 개발, 문화 지구 조성, 공공 예술 프로젝트 등이 글로벌 디자인 트렌드와 결합해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가 허물어진 새로운 문화 생태계가 등장한 것. 결국 걸프 지역의 변화는 단순한 이벤트의 나열이 아닌 미술관 인프라, 국제 아트 페어, 시장 제도 구축, 디자인·건축 산업 확장이 맞물려 탄생한 구조적 재편이다. 중동은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닌 세계 미술 시장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위쪽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구겐하임 아부다비. Courtesy of Gehry Partners, LLP
아래쪽 지난 1월에 진행된 제2회 소더비 사우디아라비아 경매에서 210만 달러에 낙찰되며 최고가를 기록한 사페야 빈자그르의 ‘마디나 로드의 커피숍’. © Sotherby’s
‘Come, Let Me Heal Your Wounds. Let Me Mend Your Broken Bones’, 2024. Courtesy of the Artist
‘Where the Dwellers Lay’, 2022. Courtesy of Desert X AlUla
Photo by Abdullah Alshehri

Dana Awartani

2026년 베니스 비엔날레 사우디아라비아 국가관 작가로 선정된 다나 아와르타니는 중동 현대미술의 중요한 흐름을 이끄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이슬람 건축의 패턴과 정밀한 기하학 구조를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동시에 회화, 텍스타일, 설치,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이슬람 문화유산과 신체성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태어나 팔레스타인 혈통을 지닌 그는 바이암 쇼 스쿨 오브 아트, 센트럴 세인트 마틴, 프린스 전통 예술 학교에서 수학하며 전통 패턴과 안료 제작, 수공예 기법을 익혔다. 이를 기반으로 모스크의 바닥 타일과 돔, 아치에 반복되는 별 모양과 다각형 문양처럼 익숙한 건축 장식을 단순한 형태가 아닌 일련의 시각적 구조로 바라보고, 이를 해체해 새롭게 재구성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아와르타니를 대표하는 ‘Come, let me heal your wounds. Let me mend your broken bones’ 연작은 예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와 건축에서 출발한다. 인도 케랄라 실크를 천연 허브와 향신료로 염색한 뒤 파괴된 건물의 위치에 맞춰 천을 찢고 다시 꿰매 완성한 것으로, 약효를 지닌 염료와 수선의 과정은 전쟁의 상처를 가시화함으로써 회복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Innocents at Home’, 2025. Courtesy of the artist and Commonwealth and Council
Photo by Adama Jalloh

Dala Nasser

1990년, 레바논 출신 작가 달라 나세르는 환경 자체가 작품을 생성하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특정 장소의 토양, 식물, 금속, 물, 연기, 폐기물, 잔해 등을 천이나 구조물 위에 배치해 시간·기후·화학 반응이 스스로 흔적을 남기도록 유도하는 작업 과정은 단순한 염색이나 텍스타일 작업을 넘어 장소의 조건이 물질에 어떻게 각인되는지를 체계적으로 드러낸다. 결국 나세르는 작품을 완성된 오브제로 보기보다는 환경·정치·기후가 남긴 층위를 기록한 하나의 지형으로 제시한다. 최근 그의 작업은 현장 조사와 장기간 매개 실험을 결합해 정치적 풍경을 분석하는 예술적 프로토콜로 확장되며, 공간이 품고 있는 역학과 보이지 않는 변화를 오늘날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새로운 조형 언어를 형성하고 있다.

‘The Plinth’, 2021. Courtesy of the Artist and Lawrie Shabibi
Photo by Saeed Khalifa

Shaikha Al Mazrou

샤이카 알 마즈루는 두바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조각·설치미술가로, 산업 소재 물성을 탐구하는 조형 실험을 지속해왔다. 금속·유리·고무 등을 변형하거나 구조적으로 배열해 압력, 긴장, 균형, 변형 같은 물리적 힘을 가시화하는 형태를 구축하며, 기하학적 구성과 공간적 감각을 결합한 작업 세계를 발전시켰다. 2025 아부다비 아트 공식 비주얼 캠페인 아티스트로 선정되는 등 다양한 아랍에미리트 주요 기관 전시에 참여했으며, 공공 조각, 국제 트리엔날레 프로젝트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3월 29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리는, 아랍에미리트의 동시대 미술을 조명하는 <근접한 세계>전에서 그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Until We Became Fire and Fire Us’, 2023. Courtesy of the Artists
‘Until We Became Fire and Fire Us’, 2023. Courtesy of the Artists
Courtesy of the artists

Basel Abbas & Ruanne Abou-Rahme

바젤 압바스 & 루안 아부-라메는 팔레스타인계 아티스트 듀오로, 비디오·사운드·퍼포먼스·아카이브 자료를 결합한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을 전개한다. 이들의 작업은 식민성과 디아스포라, 저항의 언어, 현실과 가상 공간의 중첩을 핵심 축으로 삼으며, 온라인 자료와 현장 기록을 수집·편집해 동시대의 정치적·감각적 조건을 재구성한다. 두 작가는 매해 예술계 영향력을 평가하는 ‘아트리뷰 파워 100’에서 2025년 23위에 올랐으며, 휘트니 비엔날레 및 시드니 비엔날레 등 2026년 주요 국제 전시 참여가 예정되어 있다. 또 올해는 국내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전시가 열리며, 중동과 글로벌 현장을 잇는 활동 범위를 더욱 넓힐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사운드 퍼포먼스와 텍스트 기반 리서치를 통합하는 새로운 작업 방식을 발전시키며 전쟁, 망명, 기억의 문제를 다층적 감각 경험으로 전환하는 동시대적 서사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