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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의 움직임, 하나의 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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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컬처 펀드가 후원하는 리움미술관의 퍼블릭 프로그램 ‘아이디어 뮤지엄’의 세 번째 장이 8개월에 걸친 대장정 끝에 7월, 그 막을 내렸다.

‘연주하기’ 세션에서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참여자들.
‘춤추기’ 세션에는 안무가 안은미와 24명의 시니어 여성이 참여했다.
즉흥 음악가 필 민턴과 함께한 ‘합창하기’ 세션의 한 장면.
몸과 장소, 타인을 감각하는 ‘듣기’ 세션.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와 환경을 분리하지 않고 서로 관계 맺으며 배우고 변화하는 과정을 ‘중동태(Middle Voice)’의 관점에서 풀어낸 <In the Middle Voice: 다섯 개의 움직임>. 이는 샤넬 컬처 펀드가 리움미술관과 함께 마련한 퍼블릭 프로그램 ‘아이디어 뮤지엄(Idea Museum)’의 세 번째 챕터다. ‘만들기’, ‘춤추기’, ‘연주하기’, ‘합창하기’, ‘듣기’까지 총 다섯 가지 움직임으로 구성해 미술관을 새로운 배움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실천의 장으로 확장했다. 2025년 11월 ‘만들기’라는 행위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손과 재료, 몸과 환경이 서로를 감지하며 하나의 관계망을 엮어가는 과정에서 ‘배움’의 의미를 다시 묻는 데서 출발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류학자 팀 잉골드(Tim Ingold)는 중동태를 기반으로 한 기조 강연을 통해 지각과 배움을 어느 한쪽이 행하고 다른 한쪽이 받아들이는 일방적 과정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변화해가는 관계의 과정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안무가 안은미와 24명의 시니어 여성이 함께한 무용 프로그램 ‘둥실덩실’로 진행한 ‘춤추기’ 세션은 약 두 달간 참여자들이 각자의 몸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을 움직임으로 풀어내고, 이를 서로 나누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퍼포먼스에서는 저마다 몸의 고유한 감각과 움직임을 발견하고, 다른 이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갔다. 한편 ‘연주하기’ 세션은 첼리스트이자 작곡가인 이옥경이 함께해 ‘소리 나누기’와 ‘즉흥 음악 워크숍’으로 진행했다. 악보도, 정해진 역할도 없이 시작된 연주에서 참여자들은 서로의 소리를 듣고 즉흥적으로 응답하며 음악을 완성해갔다. 이 과정에서 음악은 완성된 결과물이라기보다 타인의 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 자체로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서로의 존재와 차이를 인정하며 공동의 감각을 만들어간 세션도 있다. 바로 영국의 즉흥 음악가이자 보컬리스트인 필 민턴(Phil Minton)이 함께한 ‘합창하기’ 세션이다. ‘야생합창단’이란 프로그램으로, 3일에 걸쳐 참여자들은 익숙한 발성과 노래 방식에서 벗어나 저마다 다른 호흡과 목소리로 다양한 소리를 내고, 서로의 소리에 반응하며 예측할 수 없는 하나의 하모니를 완성했다. 마지막 세션 ‘듣기’에서는 홍콩 비영리 아티스트 컬렉티브 사운드포켓(Soundpocket)이 함께해 리스닝 아카데미 ‘비는 하나의 축제’와 연계 포럼 ‘듣기의 실천들’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걷기, 드로잉, 사운드 퍼포먼스 등을 통해 비와 물, 몸과 장소가 맺는 관계를 탐구하며 듣기를 단순히 소리를 인지하는 행위가 아닌, 주변 환경과 타인을 감각하고 관계 맺는 방식으로 확장했다. 연계 포럼 ‘듣기의 실천들’에서는 예술가와 연구자, 실천가들이 각자의 작업과 연구를 통해 듣기가 예술을 비롯해 사회와 생태의 영역에서 어떤 연결의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살펴봤다. 이처럼 샤넬 컬처 펀드는 전 세계 주요 문화 예술 기관 및 창작자들과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험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100여 년간 이어온 샤넬의 예술 후원 전통을 동시대적 방식으로 확장해나가는 활동의 일환이다.

  • 에디터 조인정
  • 글 정송
  • 사진 리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