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예술이 빚어낸 매혹적인 크로스오버
김미영, 지선경, 추미림 3명의 작가가 화이트 컬러 의상으로 구현한 패션 캔버스 위에 모였다. 일상의 옷을 순백의 도화지 삼아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각자 자기만의 고유한 언어로 직조해낸 눈부신 흔적.


“환상이라는 단어는 대개 이상에 가까운 아름다움이나 기대를 뛰어넘는 순간을 일컫는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리되, 가볍고 유희적인 감각을 담았다. 사진 위에 회화적 터치를 더해 현실의 장면을 낯설게 변주하면서 생동감과 리듬을 불어넣고자 했다.”
김미영은 다양한 재료와 서구적 기법을 활용하면서도 동양 회화의 주요 이론인 ‘기운생동(氣韻生動)’ 철학에 깊이 뿌리를 둔 추상회화 작가다. 그는 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붓질을 통해 맛의 부드러움이나 공기의 신선함 같은 비물질적 감각을 화면 위에 회화적으로 구현한다.


“환상은 현실을 좀 더 오래 바라본 끝에 발견하는 세계의 다른 표면이다. 각 장면에서 현실이 스스로 어긋나는 순간들을 발견했다. 거울이 하나의 몸을 복수의 시점으로 나누고, 빛이 오브제의 그림자를 낯선 형상으로 변형한다. 머리카락의 수직선과 흰 러플의 팽창, 실제 구조와 그림자 사이의 차이를 추출해 또 다른 공간의 층으로 재구성했다.”
지선경은 회화·조각·설치를 오가며 작업하는 시각예술가다. 자연의 생동감과 구조적 질서가 맞닿는 지점에서 움직임의 궤적, 그림자, 색의 변화와 사물 사이의 간격을 포착한다. 서로 다른 시간과 조건에서 발생한 감각의 파편을 재료와 공간 속에 다시 배열하며 ‘잔여적 추상’의 조형 언어를 전개한다.


“환상은 익숙한 이미지의 표면 속 잠재된 또 하나의 가능성이다. 사진 위에 놓인 픽셀들은 현실의 해상도를 느슨하게 풀어내며, 인물의 몸과 공간 사이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새로운 풍경을 열어 보인다.”
추미림은 도시와 디지털 이미지를 구성하는 픽셀, 지도, 인터페이스의 구조를 회화와 영상, 설치로 재구성한다. 위성 지도와 스크린에서 추출한 이미지의 조각들을 통해 현실과 디지털 공간이 교차하며 새롭게 생성되는 풍경을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