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nting in Space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에서 내년 2월 8일까지 열리는 조지 콘도의 대규모 전시는 그 자체로 강렬한 시각적 에너지의 향연이다.
콘도의 작품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공간 안에서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그 과감한 과제를 맡은 이는 전시 디자이너 세실 드고다.
색, 리듬 그리고 건축적 볼륨을 통해 콘도의 회화에 깃든 생동감을 공간 안에 번역해낸 그를 만났다.

이번 전시에서 당신의 역할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전시 디자이너는 큐레이터가 제시한 전시의 개념과 작가의 의도를 공간으로 옮기는 역할을 합니다. 처음에는 아주 단순하게, 엑셀 파일에서 시작하죠. 작품의 크기, 매체, 순서 그리고 전시 동선을 모두 도식화한 다음, 건축 도면을 토대로 공간 구조를 설계하고 각 구역의 조명, 벽체, 안전 동선까지 세부적으로 계획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작가의 내면세계를 따라가게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조지 콘도의 작품은 꽤 강렬합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 떠올린 키워드가 있나요?
작품의 힘과 생명력을 공간 안에서 느낄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했죠. 각 방에 색을 부여해 공간 자체가 호흡하게 했습니다. 동시에 작품이 스스로 존재할 수 있도록, 색이 작품을 압도하지 않게 조율했어요. 예를 들어 너무 많은 색이 쓰인 방에는 녹색 톤을 더해 통일감을 부여하고 전반적 기운을 진정시키기도 했습니다. 콘도의 회화는 매우 에너제틱하기 때문에 공간은 그 리듬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콘도의 반응은 어땠나요?
거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어요. 특히 ‘블루 룸’은 내가 제안한 구조를 그대로 받아들였죠. 복도를 따라 이어지는 파란 방으로, 그 안에 드로잉이 빽빽하게 걸려 있었어요. 또 검은 방은 그의 흑백 회화를 위해 제안한 공간인데, 예배당의 건축적 분위기를 떠올리며 검은 벽에서 그의 검은 작품들이 빛나도록 구성했습니다. 그는 그 방을 특히 좋아했어요.
전시 디자인을 할 때, 공간의 구조가 제약이 되기도 하나요?
맞아요, 어떤 곳에서는 그 공간 자체가 전시의 가장 큰 제약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오르세 미술관에서 진행한 거리 예술 프로젝트는 기술적으로 앞선 연출이 아니었음에도 너무 스케일을 키워 오히려 작품이 잘 보이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죠. 공간은 언제나 전시의 핵심이지만 동시에 가장 까다로운 변수이기도 해요. 그래서 어떤 전시에서는 가능한 한 ‘가장 절제된 형태’를 택합니다. 예를 들어 부르스 드 코메르스 같은 곳은 벽이 사선으로 되어 있어서 구조가 복잡하거든요. 그곳에서는 장식이나 실험적 설치를 피하고, 오히려 가장 단순한 형태를 택하는 것이 나아요. 그래야 아카이브나 작품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니까요.
조지 콘도처럼 살아 있는 작가와 함께하는 전시는 어떤 특별함이 있나요?
작가가 살아 있고, 또 매우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때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작업이 됩니다. 큐레이터와 작가, 전시 디자이너가 함께 협업해 전시를 완성하기 때문이에요. 콘도는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조명되는지 세밀하게 관찰하는 작가라 저는 그가 의도한 혼돈과 질서의 긴장을 입체적으로 풀어내며 동시에 공간이 작품을 압도하지 않도록 최대한 조용한 무대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어요. 작품을 설치하는 날 콘도가 직접 미술관을 방문했는데, “베리 굿”이라며 무척 만족했습니다. 전에도 그의 작품을 전시에서 다룬 적은 있지만 작가를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전시 디자인에 대해 직접 소통하며 좋은 평을 들을 수 있어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은 당신에게 상당히 익숙한 곳으로 알고 있어요. 반복적으로 같은 장소에서 전시를 구성하는 일의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번이 아마 스무 번째일 거예요. 그만큼 그곳을 완벽히 알고 있죠. 천장의 높이, 계단의 각도, 빛의 방향까지 다 머릿속에 들어 있어서 치수를 따로 잴 필요도 없어요.(웃음) 하지만 매번 새로워야 한다는 점이 오히려 더 어렵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이번에는 중앙을 비워둔다’ 이런 식으로 공간의 리듬을 매번 바꾸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익숙하다는 건 분명 장점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큐레이터가 동선을 제안했을 때, 즉시 “그 방향은 작품이 역광에 묻혀요”라고 말할 수 있거든요.
그런 의견을 제시할 때, 큐레이터와의 관계를 조율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솔직히 말하면, 외교예요.(웃음) 큐레이터는 자신의 구상을 시각화하려 하고, 나는 그 구상이 공간적으로 가능한지 판단하죠. 둘 사이에는 항상 긴장이 있어요. 하지만 제 목표는 아이디어를 관철하는 게 아니라, 전시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건 안 된다’ 대신 ‘이 방향으로 가면 관람객의 시선이 막힐 거다’라고 설명하곤 하죠. 그럼 대부분 납득하고요.
공간을 설계할 때 가장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관람객의 ‘시선’입니다.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은 수평적 공간처럼 보이지만, 사실 ‘위’와 ‘아래’가 존재해요. 일부 전시는 위에서 내려다보게 되고, 일부는 아래에서 올려다보게 되죠. 이런 ‘플롱제(plongée)’와 ‘콩트르플롱제(contre-plongée)’의 관계는 작품 인식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 사실 많은 큐레이터가 이 점을 간과해요. 그래서 저는 작품이 어느 지점에서 처음 보이는지, 관람객이 계단을 내려올 때 어떤 시야가 열리는지 계산합니다. 이것이 동선 설계의 핵심입니다.
전시마다 작가나 큐레이터, 기관의 요구가 다 다를 텐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정말 달라요. 예를 들어 중국에서 개최한 한 전시는 ‘한 방에 200명이 들어와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밀도죠. 그래서 안전기준부터 다시 짜야 했어요. 반대로 유럽의 박물관은 관람 동선이 훨씬 여유롭고, 작품과의 거리를 중시합니다. 또 어떤 전시는 작가가 이미 세상을 떠났고, 큐레이터도 한 명만 존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이번 콘도 전시처럼 작가가 살아 있고, 3명의 큐레이터가 함께하는 경우도 있어요. 진행 측면에서는 후자의 경우가 훨씬 복잡하죠. 각자의 의견이 다르고, 또 작가가 직접 수정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다행히 저는 큐레이터가 아니라 그 갈등 한가운데에 있지는 않습니다. 제 일은 ‘보이게 하는 것’이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근 디지털 전시나 AR, VR 기술이 미술관에도 많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흥미롭지만 조심해야 한다고 봐요. 기술은 보조적일 때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작품이 있을 때 그것을 설명하거나 확장하기 위해 쓰는 정도라면 좋지만, 기술이 주체가 되어버리면 관람객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 같아요. QR코드나 스크린이 너무 많으면 시선이 산만해지고, 작품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기도 쉽지 않죠. 그래서 저는 오히려 기술을 별도의 공간에 두어 관람객이 선택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편을 선호합니다.
지금까지 130개가 넘는 전시 공간을 디자인해왔습니다. 여전히 새 공간에서 일할 때 설레나요?
그럼요. 그 점이 가장 즐거워요. 익숙한 공간은 빠르게 일을 진행할 수 있지만, 전혀 모르는 곳에서는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듯한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새로운 공간에 들어가면 저는 가장 먼저 그곳을 걸어봐요. 어디에서 자연스럽게 멈추게 되는지, 어느 벽이 압박감을 주는지 등 계산으로 알 수 없는 감각적 요소들을 익히는 거죠. 결국 전시는 작품만큼이나 중요한 공간의 리듬으로 만들어내는 예술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전시 디자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보이지 않는 것. 관람객이 전시장을 나가며 ‘공간이 멋지다’가 아니라 ‘작품이 강렬했다’고 말한다면 그게 완벽한 전시 디자인인 것 같아요. 디자이너로서 나의 흔적이 사라질 때 오히려 내 일이 완성되는 셈이죠. 저는 항상 모든 요소를 완벽히 채우지만, 결국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