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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하는 권력의 서사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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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바젤 홍콩 M+ 파사드에 펼쳐질 샤지아 시칸데르의 이야기.

‘3 to 12 Nautical Miles'(still), 2026. Courtesy of the Artist

파키스탄계 미국 작가 샤지아 시칸데르(Shahzia Sikander)는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의 전통 필사본 세밀화를 재해석하며 오늘날 ‘네오 미니어처(neo-miniature)’로 불리는 신세밀화 작업 방식을 개척해왔다. 19세기 홍콩과 남아시아의 무역 항로에서 오늘날의 글로벌 경제망에 이르기까지, 시칸데르는 역사를 관통하며 그 이면에 투사된 경계와 권력, 그리고 네트워크의 흐름을 치밀하게 엮어낸다. 파사드를 흐르는 빛의 드로잉으로 유동하는 경계와 권력의 서사를 펼쳐내는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3 to 12 Nautical Miles'(still), 2026. Courtesy of the Artist

작품 ‘3에서 12해리(3 to 12 Nautical Miles)’와 그 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왕좌’는 어떤 의미인가요?

‘3에서 12해리’는 영해의 점진적 확장을 뜻하며, 바다 위에서 주권이 투사되는 방식에 대한 법적 재설정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연안 지대는 국가의 권위가 어떻게 선포되고, 부딪히며, 관철되는지를 보여주는 장이 되죠. 해상 전반에 깔린 권력과 감시, 그리고 접근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유동적 특성을 지닌 잉크와 구아슈로 변형되고 진화하는 드로잉을 통해 바다는 자원을 둘러싼 갈등과 역사에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주체로 그려집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다 한가운데 놓인 ‘왕좌’는 언제든 무너질 위기에 처한 위태로운 권력을 의미하죠. 동시에 제국의 권력이 법적 체계와 경제적 경로, 영토적 주장을 통해 교묘하게 지속되어온 방식을 드러냅니다.

‘3 to 12 Nautical Miles'(still), 2026. Courtesy of the Artist

초지역적 역사와 이주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왔어요. 개인적 경험을 작품에 어떻게 투영했나요?

역사적 연구만큼 파키스탄과 미국을 오가며 쌓아온 삶의 궤적은 정체성이란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 깨닫게 했어요. 국경은 단순한 지리적 선이 아니라 심리적이고 문화적인 문턱으로 작동하죠. 저는 이주를 단일한 사건이 아닌 지속되는 상태로 바라보기에 제 작업 속 인물과 형상 또한 유동적이고, 혼종적이며, 완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소속감의 복잡성을 반영합니다.

샤지아 시칸데르.

신세밀화에서 M+의 거대한 파사드로 매체가 옮겨지며 재료와 스케일, 감상의 방식 등 변화된 요소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드로잉은 제 사고방식의 핵심이에요. 손과 감정, 사고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세밀화는 제게 단순한 기법을 넘어선 정치적 제스처입니다. 제가 세밀화에 헌신해온 이유는 유럽 중심의 미술사를 해체하고, 동시대와 역사를 분리하는 미술관의 위계적 질서에 도전하기 위해서예요. M+의 거대한 외벽에 설치되며 드로잉이 지닌 내밀한 에너지는 도시의 스케일로 확장됩니다. 전시 공간을 넘어 시간과 거리, 장소를 가로지르며 더 넓은 대중과 만나게 되죠.

  • 에디터 정희윤
  • 사진 아트 바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