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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 쓴 패션 하우스의 정수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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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철학을 입는 가장 우아한 방식. 하우스의 유산을 투영한 퍼퓸 컬렉션.

패션 하우스의 세계관에서 향수는 이제 단순한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매개체를 넘어섭니다. 런웨이 위 화려한 실루엣이 시각적 전율을 선사한다면, 브랜드의 향수 컬렉션은 하우스가 지향하는 무형의 가치와 정체성을 완성하는 최후의 터치와도 같죠. 최근 하우스들이 잇따라 선보이는 독자적 향수 라인은 대중적인 기호를 넘어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장인 정신을 결합한 후각적 쿠튀르를 표방합니다. 보틀 디자인부터 원료의 선별,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녹여내는 조향 과정까지. 브랜드의 오리진을 고스란히 투영한 이 향기들은 마치 옷을 입듯 하우스의 철학을 온전히 몸에 두르는 감각적인 경험을 제안합니다.

1. 감정의 역설을 담은 후각적 해체주의, 메종 마르지엘라 <센소리움 컬렉션>

하우스의 아티즈널 오트 쿠튀르 정신을 투영한 향수 컬렉션, 센소리움. 고요와 격노가 공존하는 사일런트 퓨리, 경이와 고통의 이중성을 표현한 앵귀시 앤 오 등 상반되는 두 감정을 하나의 향으로 결합하는 ‘감정의 역설’을 핵심 콘셉트로 메종 마르지엘라 특유의 해체와 재구성 철학을 후각적으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앤티크 크리스탈 디캔터에서 영감을 받은 보틀 디자인부터 세월의 흔적을 담은 의도적인 균열 디테일, 감정의 층위를 상징하는 실버 메탈 장식까지 모든 시각적 요소는 하우스의 정체성을 견고하게 드러낸다. 

2. 파리지앵의 기억을 투영한 동시대적 클래식, 셀린느 <오뜨 퍼퓨머리 컬렉션> 
에디 슬리먼의 지극히 사적인 기억과 1960~70년대 파리의 정취를 한 권의 일기처럼 엮어낸 결과물. 파리지앵의 삶 속에 흐르는 낮의 낭만과 밤의 퇴폐미를 향으로 치밀하게 기록해 클래식과 모던함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보여준다. 트리옹프 엠블럼이 정교하게 새겨진 블랙 래커 캡은 하우스의 견고한 아이덴티티를 상징하며,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중성적인 향조는 동시대적 우아함을 관통한다.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이 고유한 향기들은 셀린느라는 브랜드가 지닌 유산을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증명한다.

3. 가문의 서사를 입은 일곱 가지 로마의 기억, 펜디 <퍼퓸 컬렉션>

펜디 100주년을 기념해 창립자 아델 펜디를 시작으로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 등 하우스를 이끌어온 주역 7인에게 헌사하는 지극히 사적인 기록이다. 로마의 유서 깊은 거리와 따사로운 햇살, 가족 간의 깊은 유대감을 일곱 가지 향의 챕터로 나누어 하우스의 뿌리를 후각적으로 증명한다. 이탈리아 문명궁의 아치형 구조를 형상화한 유리 보틀은 펜디가 추구하는 건축적 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며, 각 인물의 성격과 소중한 추억을 투영한 섬세한 향조는 브랜드의 장대한 역사를 피부 위로 불러낸다. 단순한 향기를 넘어 펜디라는 이름 아래 결속된 세대 간의 사랑과 존경을 담아낸 이 컬렉션은 하우스의 유산을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기록한다.

4. 베네치아의 유산과 수공예적 미학의 집약, 보테가 베네타 <퍼퓸 컬렉션>

브랜드의 발상지인 베네치아와 그곳을 기점으로 동서양을 잇던 실크로드의 여정을 향으로 재구성한 컬렉션. 마티유 블라지는 보테가 베네타를 상징하는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보틀에 드러내는 대신 유연하게 일렁이는 향의 물성을 형상화한 보틀을 통해 하우스의 정체성을 한층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유기적인 곡선이 돋보이는 투명한 유리 보틀은 장인의 섬세한 손길이 닿은 오브제를 연상케하며 그린 생 드니 대리석 베이스와 코크 캡은 보테가 베네타가 추구하는 소재의 본질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브랜드 로고조차 배제한 채 오직 형태와 향기만으로 존재감을 증명하는 이 컬렉션은 하우스의 유산을 가장 순수하고도 우아한 방식으로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