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깊은 에나멜 유산 | Noblesse

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유서 깊은 에나멜 유산

WATCH & JEWELRY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구글 검색과 ai 답변에서
노블레스 닷컴을 우선적으로 보여줍니다.

새로운 빛을 얻은 반클리프 아펠의 알함브라 컬렉션.

섬세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지라프 클립. 1964년에 제작했다.
플리크 아-주르 에나멜 기법으로 1968년에 제작된 플뢰르 클립.
1987년에 제작된 벌룬 클립.
1925년 제작한 아르데코 양식의 앙벨로프 베니티 케이스.

약 3,500년 전 미케네 문명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에나멜은 오랜 시간 왕실과 귀족의 장식 예술을 수놓으며 고유한 빛과 색의 미학을 발전시켜왔다. 반클리프 아펠에도 에나멜은 단순한 장식 기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 120여 년간 축적해온 메종의 장인정신과 창조적 탐구가 켜켜이 담긴 하나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알함브라 컬렉션에 깃든 영롱한 핑크빛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빛이 비롯된 메종의 에나멜 아카이브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906년부터 이어진 빛과 색의 유산

반클리프 아펠의 역사에서 에나멜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표정을 만들어왔다. 1906년경 제작된 ‘바루나(Varuna)’ 요트 모형을 비롯해 1920~1930년대 선보인 아르데코 오브제는 선명한 색채와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에나멜의 장식적 가능성을 보여줬다. 1925년 제작된 앙벨로프 베니티 케이스와 1928년 제작된 시가렛 박스 역시 당시의 세련된 조형미와 대담한 색의 대비를 담아낸 대표적인 아카이브로 꼽힌다. 시간이 흐르며 에나멜은 보다 유기적인 형태를 향해 나아갔다. 1950~1980년대 선보인 ‘라 부티크(La Boutique)’ 컬렉션에서는 위트 있는 애니멀 모티브와 자연의 형상을 에나멜 특유의 색채로 재해석했고, 빛을 투과시키는 플리크-아-주르(Plique-a-jour) 에나멜 기법을 적용한 1968년 플뢰르 클립과 1974년 버터플라이 클립에서는 자연을 향한 메종의 섬세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에나멜의 가능성이 한층 깊어졌다. 2006년 선보인 레이디 아펠 상트네르를 시작으로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와 엑스트라오디네리 다이얼 워치 등에 그리자유(Grisaille), 미니어처 페인팅, 파소네(Faconne) 등 다양한 기법을 적용하며 색과 빛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을 구축했다. 전통적 기법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현대적인 창작의 영역으로 확장해온 것이다.

에나멜 예술가이자 화가인 장 프티토(Jean Petitot)와 금세공사 르 테시에 드 몽타르시(Le Tessier de Montarsy)에 의해 1680년경 제작된 루이 14세 초상화 상자.
에나멜 예술가이자 화가인 장 프티토(Jean Petitot)와 금세공사 르 테시에 드 몽타르시(Le Tessier de Montarsy)에 의해 1680년경 제작된 루이 14세 초상화 상자.
파소네 기법으로 완성한 옐로 골드 비즈와 핑크 에나멜이 어우러진 빈티지 알함브라 펜던트.
1966년에 제작된 피라트 클립.
핑크 에나멜을 세팅한 네잎클로버 모티브 5개로 완성한 빈티지 알함브라 브레이슬릿.

17세기 연금술에서 비롯된 핑크빛

그리고 그 오랜 탐구가 알함브라와 만났다. 이번 빈티지 및 매직 알함브라 컬렉션을 관통하는 독특한 핑크빛은 17세기부터 전해 내려온 ‘골드-루비(Gold-Ruby)’ 에나멜 기법에서 영감을 얻었다. 일반적인 안료를 더해 색을 구현하는 방식과 달리 유리 결정 내부에 미세한 금 입자를 분산시켜 특유의 깊이와 광채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금 입자의 크기와 분포, 색의 농도를 섬세하게 조율해야 하는 만큼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숙련도가 요구된다. 반클리프 아펠은 오랜 연구와 개발을 거쳐 이 전통적인 기법을 오늘의 알함브라에 맞는 새로운 색으로 구현했다. 부드러운 핑크빛은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깊이를 지니며, 곡면으로 완성된 에나멜 표면과 만나 더욱 풍부한 빛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옐로 골드가 더해지며 따뜻하면서도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상징적인 네잎클로버 모티브는 그렇게 새로운 빛을 얻었다.

섬세한 장인의 손길로 완성되는 알함브라 컬렉션.
섬세한 장인의 손길로 완성되는 알함브라 컬렉션.
빈티지 알함브라 브레이슬릿.
1967년경 제작된 피라트 클립.
사실적 묘사가 돋보이는 바루나 요트 모형. 1906년경 제작했다.

완벽을 향한 정교한 손길

알함브라의 완성도는 눈에 보이는 색과 형태에만 머물지 않는다. 에나멜 모티브가 골드 프레임에 정확하게 안착하고, 메종을 상징하는 두 줄의 골드 비즈가 가장자리를 섬세하게 감싼다. 뒷면의 프롱 역시 둥근 비즈 형태로 다듬고 폴리싱해 피부와 의류에 닿는 감촉까지 세심하게 고려했다. 모티브를 연결하는 체인은 각각의 면을 정교하게 다듬어 빛을 받아 자연스럽게 반짝이도록 완성했고, 클래스프에는 메종의 모노그램을 새겼다. 마지막에는 10배 확대경을 이용한 엄격한 품질 검사가 이어진다. 눈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다듬는 과정을 거쳐 알함브라가 완성된다.

네잎클로버 모티브 20개를 연결한 빈티지 알함브라 롱 네크리스.
풍부한 컬러 팔레트를 이루는 버터플라이 클립. 1974년 제작.
섬세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시가렛 박스. 1928년 제작.

변하지 않는 본질, 끊임없는 진화

1968년 텍스처드 옐로 골드로 첫선을 보인 알함브라는 지난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오닉스와 머더오브펄, 세브르 포슬린, 기요셰 골드에 이어 이번에는 메종의 역사적인 유산인 에나멜을 품었다. 그 변화 속에서도 네잎클로버라는 상징과 골드 비즈로 완성한 형태, 그리고 행운을 향한 믿음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행운을 얻으려면 먼저 행운을 믿어야 한다”라는 자크 아펠의 말처럼 알함브라는 믿음이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하나의 구체적인 형태로 구현해왔다.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그 안에 새로운 기술과 시대의 감각을 더하는 것. 이번 핑크 에나멜 알함브라는 반클리프 아펠이 오랜 시간 이어온 창조의 방식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과거의 장식 예술에서 출발한 에나멜은 이제 알함브라 위에서 새로운 빛을 얻었다. 변하지 않는 상징이 시대에 따라 진화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오랜 시간 알함브라가 사랑받아온 이유이자 앞으로도 이어질 유산의 방식일 것이다.

  • 에디터 이주이
  • 사진 반클리프 아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