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미학
질감의 대비와 유연한 실루엣이 자아내는 우아함. 규칙에서 벗어나 직관과 개성으로 채운 셀린느의 2027 여름 컬렉션.
셀린느가 지난 10월 3일 프랑스 국립 고문서 박물관(Musee des Archives Nationales)에서 2027 여름 컬렉션을 공개했다. 아티스틱 디렉터 마이클 라이더는 ‘감정에 따른 옷 입기(Emotional Dressing)’를 키워드로 일상과 자유로운 개성을 동시에 포용하는 워드로브를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은 ‘무엇을 입을까?’보다 ‘어떤 기분으로 입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으며, 총 71가지 룩으로 구성했다. 정원에 마련한 쇼장 한가운데에는 밀짚 지붕을 얹은 파요트(paillote)를 설치해 컬렉션의 분위기를 표현했다. 라이더는 웅장한 무대장치나 극적인 콘셉트가 아닌 실제로 입고 움직이며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룩에 집중했다. 그는 “옷이 그저 자신의 임무를 다하도록 두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완벽하게 계산된 스타일링보다 우연과 자발성에 기반한 옷 입기를 추구하는 그의 태도를 보여준다. 쇼의 시작을 연 첫 번째 룩은 깊은 브이넥의 블랙 미디 드레스였다. 몸에 지나치게 밀착되거나 넉넉하지 않은 적절한 실루엣과 절제된 디테일로 시작한 런웨이는 섬세한 플로럴 자수 코트, 블랙 벨벳 소재의 칼럼 실루엣 드레스, 구겨진 질감이 살아 있는 새틴 드레스와 코트, 캐주얼한 치노 팬츠 룩, 거대한 버클 벨트로 포인트를 준 올 블랙 룩으로 이어졌다. 컬렉션 전반에 흐르는 유연한 플루이드 실루엣과 감각적 파리지엔 코드는 자연스러운 애티튜드와 스타일링을 만나 하우스의 정체성을 한층 넓혔다. 피날레는 하이웨이스트 플루이드 팬츠와 새틴 레이스업 부츠를 매치한 화이트 슈트 룩이었다. 이번 컬렉션은 지난 6월 공개된 남성 컬렉션과 퍼즐의 조각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여성복과 남성복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아이템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스타일을 보여줬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요소는 대비다. 유려하게 흐르는 울 소재와 은은한 광택의 오간자 실크, 종이처럼 바삭한 질감의 새틴과 얇고 가볍게 표현한 램스킨 등 서로 다른 질감과 특성을 지닌 소재를 활용해 익숙하면서도 낯선 조화를 이뤘다. 뚜렷한 숄더 라인이 돋보이는 테일러링과 부드럽게 잡힌 허리선, 비대칭 드레이핑이 한 룩 안에서 공존했다. 슬림한 치노 팬츠부터 볼륨감 있는 벌룬 팬츠, 화려한 프린트 팬츠까지 하의 역시 폭넓게 변주됐다. 크림과 화이트, 뉴트럴 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레드와 블루 등 비비드한 컬러가 룩에 생기를 더했다. 액세서리 역시 크로커다일 패턴의 미니 숄더백, 오버사이즈 토트백까지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선보였다. 그뿐 아니라 시선을 사로잡는 크리스털 헤드피스, 컬러풀한 라운드 선글라스, 레이스업 옥스퍼드 슈즈와 플랫 리조트 샌들을 통해 악센트를 더했다. 셀린느 특유의 부드러운 재즈 슬리퍼는 레이스업과 포인티드 토 버전으로 재해석됐다. 셀린느의 2027 여름 컬렉션은 트렌드를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옷을 입는 즐거움에 주목한다. 탄탄한 만듦새와 기본기를 바탕으로, 예상을 벗어나는 소재의 조합과 우연히 어우러진 듯 자연스러운 액세서리 스타일링이 만나 오래도록 입고 싶은 동시에 지금 당장 입고 싶은 룩을 완성했다. 라이더는 정해진 규칙이나 화려한 이미지를 좇기보다 자신의 직관과 개성을 믿고, 기분과 일상을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옷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