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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홈 트렌드

LIFESTYLE

휴양지의 별장에서 삶의 유연한 거점으로. 글로벌 자산가들의 세컨드 홈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나이트프랭크코리아가 올해 6월 서울에 오픈하는 하이엔드 레지던스 더갤러리832 내에 위치한 프라이빗 멤버십 클럽 더프리비하우스의 인피니티 풀 전경.
단순한 고급 주거를 넘어 라이프스타일과 커뮤니티 경험까지 확장하는 로즈우드 레지던스. ⓒ Rosewood
글로벌 부동산 개발사 디스커버리 랜드 컴퍼니가 하와이 오아후에 새로 오픈하는 초고층 프라이빗 레지던스 커뮤니티 ‘모할라’ 내부. ‘집과 또 다른 휴식처’ 콘셉트의 세컨드 홈을 지향한다.

집은 더 이상 하나의 도시에 머무르지 않는다. 근래 들어 글로벌 자산가들은 계절과 비즈니스, 세금과 교육, 웰니스와 취향에 따라 삶의 거점을 유연하게 바꾸고 있다. 런던과 뉴욕에 메인 레지던스를 두고, 겨울에는 두바이와 싱가포르, 여름에는 토스카나와 마요르카에 머무는 식이다. 과거 세컨드 홈이 휴양지의 상징적 별장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복수 도시를 연결하며 살아가는 ‘멀티 홈 라이프스타일’ 개념으로 진화 중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나이트프랭크(Knight Frank)가 발표한 ‘웰스 리포트 2026’에서는 최근 글로벌 자산가들의 핵심 흐름으로 ‘초이동성(ultra-mobility)’과 짧게 머물다 떠나는 ‘딥 인, 딥 아웃(Dip-in, Dip-out)’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했다. 과거 초고액 자산가들의 세컨드 홈이 상징적 대저택을 단일하게 소유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여러 도시에 실용적인 규모의 거점을 분산하는 전략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 나이트프랭크코리아 최유나 대표는 “한 달에 며칠밖에 머물지 않는 부동산에 높은 세금을 부담하기보다 최고급 임대 시장으로 이동하는 글로벌 자산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웰스 리포트 2026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최고급 주거 임대료는 뉴욕 63%, 런던 53%, 싱가포르 48% 상승했다”며 “즉시 입주 가능한 턴키 및 브랜드 레지던스로 자본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적 경매사 크리스티의 부동산 계열사 크리스티 인터내셔널 리얼 에스테이트(Christie’s International Real Estate)는 ‘2026 글로벌 럭셔리 부동산 전망 리포트’에서 올해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소속감’을 제시했다. 단순히 희소한 자산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취향과 정체성, 라이프스타일과 연결된 커뮤니티를 찾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리포트에서는 이에 대해 “럭셔리 하우스는 더 이상 과시적 트로피가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세컨드 홈을 세금과 웰니스, 교육,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포함한 ‘삶의 전략’으로 바라보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매자들은 이제 투자 수익보다 특정한 삶의 방식을 반영하는 집을 원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산가들이 세컨드 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기후와 바다 전망, 리조트 인프라가 우선이었다면, 최근에는 조세 및 정치적 안정성, 프라이버시를 핵심 기준으로 여긴다. 각국의 부유세 인상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세금 부담이 적고 제도 안정성이 높은 지역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 예가 모나코, 이탈리아, 아랍에미리트, 스위스 등이다. 특히 이탈리아는 연간 30만 유로의 고정세(flat tax) 제도를 기반으로 미국과 북유럽, 중동 자본까지 끌어들이며 최근 가파르게 성장 중인 세컨드 홈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알프스 메리벨, 스위스 베르비에, 스페인 마르베야 등 세대 간 가치가 증명된 전통적 휴양지는 여전히 견고한 수요를 유지하며 안전 자산 역할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마주한 사우스 뱅크는 장기 체류형 레지던스와 리조트 서비스를 결합해 ‘머무는 여행지’의 새로운 형태를 제안한다.
글로벌 호텔 브랜드의 서비스 철학을 주거 공간으로 확장한 카펠라 레지던스 서울.
호텔과 브랜디드 레지던스를 결합해 도심 속 프라이빗 에스테이트의 새로운 형태를 제안하는 아만 나이 러트 방콕의 메인 풀 전경. ⓒ Aman

흥미로운 점은, 최고급 레지던스 시장이 부동산보다 호스피탤리티 산업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포시즌스, 아만, 식스센스 같은 브랜드는 컨시어지와 웰니스 프로그램, 하우스 키핑과 프라이빗 다이닝까지 포함한 운영형 레지던스를 확대하고 있다. ‘세빌스 프라임 레지덴셜 리포트 2026’ 역시 초고급 주거 시장이 부동산을 넘어 서비스 산업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자산가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더 넓은 집이 아니라 관리와 서비스, 보안과 커뮤니티가 통합된 ‘운영되는 삶’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분위기는 어떨까? 과거에는 자녀 교육을 중심으로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 장기 거주형 세컨드 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은퇴 이후를 고려해 기후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여러 도시를 순환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처럼 장기 체류 비자 제도와 안정적 생활환경, 비교적 합리적인 거주 비용을 갖춘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최 대표는 “한국 고객들 역시 투자 목적을 넘어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입체적 고민을 바탕으로 세컨드 홈에 접근하고 있다”며 “최근 나이트프랭크가 진행한 하와이와 말레이시아 관련 세미나에서도 이러한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오늘날 세컨드 홈은 휴양지의 별장이 아니라 삶의 확장판이다. 글로벌 자산가들은 이제 ‘어디에 집을 살 것인가’보다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먼저 고려한다. 이동성과 프라이버시, 서비스와 커뮤니티, 그리고 취향과 삶의 리듬에 맞는 도시를 연결하는 것. 지금 하이엔드 부동산 시장이 보여주는 변화는 단순한 투자 트렌드가 아닌 상위 자산가들의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 에디터 김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