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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인 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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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공원 일대가 쇼핑 스트리트를 넘어 뷰티 브랜드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 Perfumer H
© 장수인

청담동의 헤리티지와 압구정의 트렌드가 교차하는 도산공원 일대는 오래전부터 파인다이닝과 하이엔드 패션 편집숍이 밀집한 곳이다. 덕분에 도산에서의 소비는 쇼핑을 넘어 개인의 명확한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며, 휘발성 높은 팝업 중심의 성수동과는 확실히 다른 무게감을 지닌다. 브랜드의 철학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들이 모여드는 이 환경은 글로벌 하우스 브랜드들이 아시아 최초의 거점으로 도산을 선택하는 배경이 되었고, 이제 하이엔드 뷰티 영역 전반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퍼퓨머 에이치가 아시아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도산공원을 선택한 것은 상징적이다. 창립자이자 조향사 린 해리스는 “서울 스토어는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향을 매개로 기억과 감각, 문화를 교류하는 살아 있는 플랫폼”이라 말한다. 퍼퓨머 에이치 도산은 한국 전통 건축의 모티브와 영국적인 감성을 정교하게 연결했다. 1층은 향수와 캔들·보디 라인을 선보이는 전시 및 워크숍 공간으로 구성했으며, 도산공원의 푸른 녹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2층의 티와 베이커리 공간, 응접실은 후각적 경험을 미각과 교감의 장으로 확장한다. 여기에 한지 장인의 손길로 완성한 별관 파빌리온은 그 자체로 브랜드가 지향하는 헤리티지를 대변한다.

© Ae-sopå
© Le Labo

지난 6월 르 라보는 ‘비움’이라는 키워드로 도산에 일곱 번째 부티크를 열었다. 한국 수묵화가 지닌 여백의 미학을 공간에 투영해 사람과 시간, 자연이 공존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여러 소재를 섞는 대신 하나의 소재를 파사드부터 내부까지 일관되게 사용하고, 빈티지한 소재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브랜드의 정체성인 ‘랩(lab)’을 파사드 전면에 배치해 실험 정신을 거리로 과감히 확장한 점도 흥미롭다. 곳곳에 비정형적으로 들어선 식물과 외부 정원은 르 라보가 추구하는 슬로 퍼퓨머리의 가치를 오롯이 전달한다.
한편 이솝은 7월 말, 기존과는 전혀 다른 콘셉트의 도산 스토어를 새롭게 선보인다. 에너지가 가득한 도산 한복판에서 한국적 정서와 환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1980년대 가정집 주방의 온기를 공간에 접목한 것. 이웃 간 정과 주방 특유의 왁자지껄함, 꾸미지 않은 순수한 미감을 모던하게 재해석해 평온한 쉼과 여유를 주는 스토어를 완성했다. 이렇듯 도산 일대를 하나의 갤러리 삼아 뷰티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건축과 인테리어로 풀어내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뷰티 마켓의 중심으로 우뚝 선 한국. 그중에서도 도산 뷰티 신이 보여주는 현재와 미래는 글로벌 시장 속 한국의 문화적 위상과 소비 지형을 대변하는 가장 흥미로운 지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