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vlgari × La Biennale di Venezia | Noblesse

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Bvlgari × La Biennale di Venezia

ARTNOW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구글 검색과 ai 답변에서
노블레스 닷컴을 우선적으로 보여줍니다.

불가리가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의 독점 파트너로 새로운 여정에 나선다. 문화유산과 현대미술, 과거의 기억과 오늘의 감각을 연결하며 메종 고유의 예술적 언어를 써 내려가고 있다.

시간을 품은 후원 

베니스의 오래된 돌바닥 위로 빛이 번지고, 습기를 머금은 공기 사이로 필름이 천천히 색을 바꾼다. 르네상스 시대 도서관에는 기억과 언어의 흔적을 탐구하는 설치 작품이 들어서고, 자르디니의 파빌리온 안에서는 시간과 신체, 감각의 층위에 대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올해 베니스 곳곳에서 마주하는 이런 장면 뒤에는 ‘불가리’라는 이름이 있다. 불가리는 그저 아름다운 오브제를 만드는 브랜드에 머물지 않는다. 현대미술과 디자인, 건축, 퍼포먼스, 문화유산 프로젝트까지 폭넓은 영역을 가로지르며 하나의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동시대 창작자들과 긴밀하게 호흡하고, 과거의 유산을 미래의 언어로 번역하며 예술과 사회를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의 후원을 이어가는 것. 최근 체결한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 독점 파트너십 역시 이러한 흐름 위에서 자연스럽게 읽힌다. 불가리에 있어 예술은 영감의 원천을 넘어, 자유로운 창의성과 문화적 대화 그리고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언어에 가깝다. 고대의 유산과 동시대의 실험을 함께 끌어안으며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감각 안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 이는 오랜 시간 이어온 문화 프로젝트 전반을 관통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이러한 철학은 브랜드가 지금껏 진행해온 다양한 문화유산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로마 스페인 계단과 카라칼라욕탕의 고대 모자이크, 토를로니아 컬렉션의 대리석 조각 등의 복원 작업을 후원하며 도시가 품은 역사적 기억과 아름다움을 지켜왔다. 베니스에서는 두칼레 궁전 내부의 스칼라 도로(Scala d’Oro)와 무라노 산 피에트로 마르티레 성당에 소장된 화가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의 회화 복원 프로젝트를 지원해 시간의 흔적을 오늘의 감각 안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동시에 불가리는 동시대 예술 현장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2024년 설립된 폰다치오네 불가리(Fondazione Bvlgari)는 로마 국립 21세기 현대미술관(Museo Nazionale delle Arti del XXI secolo, MAXXI)과 협력해 아티스트를 후원하는 ‘막시 불가리 프라이즈’를 운영 중이며, 뉴욕 휘트니 비엔날레와의 파트너십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현대미술의 흐름에 참여하고 있다.

베니스 자르디니 내 불가리 파빌리온 외관. Photo © Andrea Rossetti. Courtesy of the Artist, Bvlgari, Commonwealth and Council, Franz Kaka, Kukje Gallery and Esther Schipper Berlin / Paris / Seoul.
베니스 비엔날레 2026 국제미술전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연설 중인 불가리 CEO 장-크리스토프 바뱅. Photo © Jacopo Salvi.

예술과 호흡하는 방식

한국에서의 활약도 눈에 띈다. 불가리 코리아는 최근 몇 년간 동시대 한국 미술 생태계와 긴밀하게 호흡하며 장기적 문화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2023년부터 3년 연속 공식 파트너로 참여한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다.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작가들에게 신작 커미션 기회를 제공하는 이 프로그램은 동시대 한국 미술의 한 챕터를 국제 무대에 소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2023년 우한나, 2024년 최고은, 2025년 임영주까지 이어진 수상 흐름은 한국 현대미술의 ‘지금’을 보여준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개최한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후원 역시 인상적이다. ‘현대와 동시대 미술의 발전에서 정신적이고 영적인 경험은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라는 질문 아래 영화,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예술의 감각적 실험을 조명한 전시 공간에는 불가리의 후원으로 제작한 강렬한 컬러의 카펫이 설치됐다. 컬러 젬스톤의 대가로 불리는 메종의 정체성이 전시 공간에서 하나의 감각적 장치로 작동한 것이다. 최근에는 비영리 문화 공간 송은과 암스테르담 스테델릭 뮤지엄이 공동 기획한 ‘SONGEUN x STEDELIJK: Video Club’ 프로그램 후원에도 나섰다. 스테델릭 뮤지엄의 비디오 아트 컬렉션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젝트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조앤 조너스 등 세계적 작가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동시에 한국 미디어 작가의 작품을 뮤지엄 컬렉션에 기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전시 후원을 넘어 한국 작가들이 글로벌 기관 컬렉션으로 진입하는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외에도 올해 불가리는 유영국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기획한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를 비롯해 ‘제14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사전 프로그램 등 규모 있고 다채로운 예술 현장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국립 마르차나 도서관에 설치한 라라 파바레토의 Momentary Monument – Library. Photo © T-Space.
불가리가 공식 파트너로 참여한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
불가리가 후원하는 ‘송은 × 스테델릭: 비디오 클럽‘ 프로그램.

미래로 확장되는 예술에 대한 헌신

이러한 흐름은 올해 베니스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불가리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의 독점 파트너로 참여한다. 이는 단발성 후원이 아니라 동시대 예술과 장기적으로 관계를 맺겠다는 브랜드의 선언처럼 읽힌다.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시작을 알리는 프레스 콘퍼런스 현장에서 불가리 CEO 장-크리스토프 바뱅(Jean-Christophe Babin)은 이번 파트너십에 대해 “예술에 대한 오랜 헌신을 미래지향적으로 확장하는 의미 있는 여정”이라고 설명하며, “예술가와 큐레이터, 관람객이 자유롭게 실험하고 새로운 문화적 상상력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이번 비엔날레에서 불가리는 자르디니 내에 단독 파빌리온을 열고 로터스 강(Lotus L. Kang)의 신작 ‘The face of desire is loss’를 선보인다. 로터스 강은 캐나다 토론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사진과 조각, 설치 작업을 통해 시간과 기억, 신체의 흔적을 탐구해왔다. 특히 감광필름과 셀룰로이드처럼 빛과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재료를 활용해 작품이 완결된 오브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로 존재하게 한다. 이미지가 생성되고 사라지는 과정, 그리고 신체와 공간이 남기는 감각적 흔적에 대한 관심은 그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다. 이번 작업 역시 빛과 습도,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감광필름 설치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철제 구조물에 매달린 필름은 비엔날레 기간 환경에 반응하며 서서히 변형되고, 다다미 매트와 셀룰로이드, 조명 장치 등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작동한다. 내부와 외부, 생성과 소멸, 기억과 흔적의 경계를 흐리며 시간의 층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은 완결된 형태보다 변화의 과정 자체를 작품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영원한 아름다움을 추구해온 불가리의 미학 역시 이 안에서 동시대적 언어로 다시 읽힌다. 폰다치오네 불가리 역시 이번 비엔날레 기간에 첫 번째 기획 전시를 연다. 장소는 산 마르코 광장 옆에 자리한 국립 마르차나 도서관. 르네상스 시대부터 지식과 기록, 인문주의 전통을 상징해온 도서관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동시대 예술과 새로운 대화를 시작한다. 전시는 이탈리아 여성 작가 2명의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으로 구성된다.

먼저 모니아 벤 하무다(Monia Ben Hamouda)는 도서관 입구 공간인 베스티뷸(Vestibule)에서 ‘Fragments of Fire Worship’을 선보인다. 이탈리아와 튀니지 문화 사이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작업해온 그는 아랍어 문자와 이슬람 서예의 흔적을 붉은 네온 조각으로 풀어냈다. 읽히지 않는 문자와 파편화된 기호들은 기억과 언어, 사라짐의 감각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지식과 기록의 보존을 상징하는 역사적인 도서관 안에서 작가는 완전히 해석되거나 정리될 수 없는 감각에 주목한다. 붉은빛으로 물든 공간은 불과 기억, 계시와 소멸이 공존하는 하나의 감각적 풍경처럼 펼쳐진다. 이어 라라 파바레토(Lara Favaretto)는 도서관 메인 홀 살로네 산소비노(Salone Sansovino)에서 대표 연작 ‘Momentary Monument’의 마지막 장을 공개한다. 시간과 기억, 소멸의 감각을 꾸준히 탐구해온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도서관을 기록 보존의 장소가 아닌, 끊임없이 축적되고 이동하며 다시 읽히는 살아 있는 아카이브로 바라본다. 여러 기관과 개인 컬렉션에서 수집한 책과 이미지는 하나의 거대한 서가 설치로 구성되고, 오래된 기록과 개인적 기억의 흔적은 서로 겹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다. 질서와 보존의 공간에서 사라짐과 이동, 불완전한 기억의 상태를 함께 드러내는 작품은 국립 마르차나 도서관이라는 상징적 장소와 어우러지며 조용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불가리가 오랜 시간 이어온 예술 후원의 방향 역시 담겨 있다. 모니아 벤 하무다는 막시 불가리 프라이즈를 통해 주목받은 작가이며, 라라 파바레토 역시 베니스 비엔날레와 막시를 중심으로 국제적 활동을 이어왔다. 역사적 공간에서 현대미술 작가들의 실험적 작업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감각을 연결하려는 불가리의 시선을 보여준다. 어쩌면 불가리가 예술과 가까운 이유는, 아름다움을 단지 장식의 차원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고대 로마의 유산과 장인정신, 현대적 실험과 창의성, 그리고 시간이 축적된 문화적 기억까지. 이 모든 층위를 하나의 언어 안에서 다뤄왔기에, 오늘날 불가리는 단순한 하이 주얼리 메종을 넘어 동시대 문화와 예술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가는 브랜드로 읽힌다.

  • 사진 불가리
  • 에디터 김수진